전통 한옥에서 배우는 여름철 스타일링
[ 목차 ]
01. 들이고 내보내다
02. 바라보다
03. 어우러지다
전통 한옥의 인기로 이제는 한옥이 낯설지 않죠. 한옥 카페, 한옥 스테이 등 한국 고유의 건축 문화를 접목한 참신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적’인 인테리어라고 지칭하는 것은 ‘조선 인테리어’를 말합니다. 지금의 우리와 시간적으로 가장 가까운 500년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 가옥은 소수의 취향으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늘어난 국내 여행과 전통문화에 대해 높아진 관심으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젠 스타일만큼 선뜻 적용하기 어려워하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 인테리어 시리즈 1’에서 살펴 본 일본의 젠 스타일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 디자인과 맞닿아 있고, 은은하면서 정돈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 인기 있는 스타일입니다. 한국의 전통 인테리어는 약간 다르죠. 사람의 손을 거친 정제된 미가 젠 스타일이라면 전통 디자인은 최대한 자연을 자연으로서 두고 사람의 공간으로 들여온 디자인입니다. 때문에 최소한으로 다듬어 불규칙한 자연의 곡선과 패턴이 살아있고 외부와 이어지는 느낌이 많죠. 한옥의 구조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아름답지만 잘난 체 하지 않아요. 담백한 디자인에 지혜와 풍류가 듬뿍 담긴 전통 인테리어를 통해 여름을 나는 아이디어를 알아볼게요.
01. 들이고 내보내다
여름이 되면 가장 큰 고민이 높은 ‘습도’입니다.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 집도 사람도 더욱 힘들어지죠. 습기는 오랫동안 머금고 있으면 건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통풍과 조습이 중요해요. 한옥은 자연의 힘으로 습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순환시켜 집도 사람도 쾌적하게 해주는 과학적으로 설계된 건물입니다.
한옥의 재료는 나무, 돌, 한지, 흙입니다. 모두 스스로 습기를 빨아내고 내뱉는 천연 제습기이고 가습기이죠. 비와 습기로 인해 주 구조체인 나무 기둥이 썩는 것을 막고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빠져나가도록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바닥을 띄워 짓습니다. 그리고 벽은 나무 구조체 사이에 황토와 지푸라기를 반죽해서 채워 튼튼하게 세워줍니다. 다공질의 황토벽은 습기를 빨아들이고 단열효과도 있어 내부를 시원하게 하죠.
황토벽 사이에는 한지를 바른 나무 문살의 창과 문을 달아줍니다. 한지는 문을 닫아도 공기가 통해 내부를 쾌적하게 유지시켜 줘요. 방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툇마루는 외부와 내부가 바로 닿지 않도록 위생적으로 완충 역할을 하면서 복도의 역할도 하고 작은 평상처럼 휴식할 수 있는 벤치의 역할도 합니다.
지붕을 받치고 천장을 만들어주는 구조체인 서까래는 껍질만 벗긴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 나무 자체의 형태가 드러납니다. 서까래가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 처마가 되죠. 옛날 나랏일을 맡은 어느 대목장이 계산을 잘못해 처마의 길이가 너무 짧아져 시름에 잠기자 며느리가 나무를 덧대어 모양을 내라는 아이디어를 주어 지금의 처마의 모양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죠. 이렇게 길게 빠져나와 끝이 들려있는 처마는 그늘을 드리우고 비가 내부로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고 위로 올라간 뜨거운 바람이 쉽게 나가도록 유인해 통풍을 원활하게 합니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긴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집을 짓기 위해 기후에 적응하는 많은 지혜가 필요했습니다. 북쪽 집들은 외풍을 막기 위해 2열로 겹집구조를 만들고 천고를 낮춰 외기와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면서 온돌의 온기가 오래 유지되도록 보온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어요. 반면 남쪽의 집들은 통풍이 잘되도록 한 겹 구조로 창을 크게 내고 천고를 높여 습기와 열기가 잘 빠져나가게 했습니다.
02. 바라보다
과학적인 한옥은 멋도 잊지 않습니다. 여름에 꼭 필요한 것이 그늘과 바람인데요, 이것을 만들어주는 발과 부채의 아름다움은 여름의 운치를 살려줍니다. 발은 햇빛과 시야를 차단해 주는 두 가지 역할을 하죠. 가변적으로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열리게도 하는 천장형 파티션이기도 했습니다. 여름이 오면 창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하지만 햇빛은 막아야 시원하기 때문에 커튼이 필요했어요. 발은 햇빛을 차단하지만 암막 커튼처럼 막히는 느낌이 아니죠.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이 은은하게 비쳐 시각적으로 공간의 크기를 시원하게 넓혀줍니다. 천으로 만드는 발은 장식 없이 걸기도 했지만 조각보처럼 이어 만들거나 천에 그림을 그리고 자수를 놓아 그림을 걸듯 오브제의 역할도 했죠. 대나무를 얇게 잘라 만드는 대발은 튼튼한 명주실로 엮어 만드는데 내리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대나무 살을 엮는 실로 패턴을 만들어 예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가는다란 대살의 양면에 한지를 붙여 만드는 전통 부채는 아무 장식이 없어도 그 자체로도 담백한 미를 느낄 수 있어요. 크기와 모양도 다양해 그 자체로도 오브제가 되죠.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주는 부채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여름 놀이로도 즐길 수 있어요. 아무런 장식이 없는 부채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다양한 아트웍을 하며 직접 꾸민 부채로 바람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03. 어우러지다
건축 방식과 더불어 한옥의 인테리어에도 계절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해보고는 싶지만 전통 인테리어를 공간에 들이는 것이 어렵게 생각될 수 있어요. 전통 스타일의 일부 요소를 현대의 공간에 적절히 믹스 매치하면 편안하면서 소소한 매력이 깃든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간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시원한 여름을 만드는 아이디어, 알아볼까요?
① 러그 대신 대나무 자리
여름에는 대나무 소재가 좋은 아이템이 됩니다. 죽부인, 돗자리, 발을 대나무로 만드는 이유가 있지요. 잘 휘어지고 질겨서 가공하기에도 좋지만 피부에 닿았을 때 시원하고 끈적임이 없이 쾌적하게 해주는 천연 소재이기 때문이에요. 높이가 낮은 가구는 공간을 넓고 시원해 보이게 한다고 했었는데요, 좌식 공간이 그 좋은 예죠. 거실 확장이 되어 있다면 그 공간에 대나무 돗자리를 깔고 소반과 방석을 배치해 보세요. 창가 한쪽에 발을 걸어주면 더욱 운치 있는 공간이 됩니다. 거실에 대나무 자리를 깔기 부담스럽다면 대나무 테이블 매트나 대나무 소재의 소품으로 스타일링을 해주세요. 미색의 한지와 대나무살로 만들어진 커다란 부채도 오브제처럼 사용할 수 있어요. 보기에도 시원하고 관리도 위생적으로 할 수 있는 대나무 소재는 미니멀 디자인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니까요.
② 한지 갓 조명
조명 인테리어가 대세인 요즘은 다양한 재질로 조명의 광원을 조절하는데요, 한지를 이용해 광원을 조절한 조명은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줍니다. 눈에 광원이 바로 닿지 않도록 한지로 갓을 만든 조명은 은은하게 공간을 비춰주어 차분하면서 담백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주름, 구김의 정도, 두께 등 한지의 가공 형태에 따라 전통적이면서도 미니멀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한지 스탠드도 좋은 아이템입니다.
③ 내 스타일로 꾸미는 수반
시각적인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수반도 빼놓을 수 없죠. 언제든 방 안에 멋진 수경을 들일 수 있습니다. 항아리 뚜껑이나 입구가 넓은 도자기 그릇에 아기자기한 돌멩이와 잎사귀, 꽃잎을 올리고 얕은 물을 채우면 나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어요. 바람에 작게 흔들리는 꽃잎을 바라보면 바쁜 일상에 시원한 여유를 줄 거예요.
수반이라고 해서 꼭 돌멩이와 꽃만 넣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평소 좋아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수반 장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어린아이가 있다면 작은 돌멩이와 레고 인형을 넣어 매치해 보세요.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레고 인형, 바위 위에 앉아있는 레고 인형은 아이에게도 재미있는 놀이가 됩니다.
④ 통기성이 좋은 모시와 아사면
여름철 침구로 모시와 아사만큼 좋은 소재도 없죠. 모시는 까슬까슬한 촉감으로 통기성이 좋아 습한 여름에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아사는 부드럽고 통기성이 좋은 여름 원단이에요. 모시는 피부에 밀착되지 않아 공기가 잘 통하게 해 주고 아사는 수면 시 땀이 나도 흡습성, 통기성이 좋아 사용하기 좋습니다. 홑이불을 고를 때 여름이지만 냉감의 아주 얇은 이불보다 약간은 포근하길 원한다면 모시보다는 아사 원단이 좋아요.
젠 스타일과 한국의 전통스타일로 알아본 여름 인테리어는 색을 거의 쓰지 않고 장식도 수수하지만 어떤 디자인보다도 시원하고 자연친화적인 스마트 인테리어 솔루션입니다. 시원한 여름 인테리어에는 그린이나 블루 컬러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오히려 색을 적게 사용할 때에 더욱 시원하고 센스 있는 여름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어요.
대나무 방석에 앉아 시원한 오미자 차를 마시며 바람에 흔들리는 발 사이로 밖을 내다보는 휴일, 어떨까요? 가볍게 들여오는 전통 인테리어 스타일링은 이렇게 어렵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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