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뻐야 선택 받는 시대
[목차]
01. 기승전디자인
02. 지금, 왜 디자인일까
03. 예쁨≠디자인
예전에는 인테리어와 가전, 가구들은 별개로 생각했었습니다. 전체 리모델링을 해도 꼭 바꿔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하던 가전들과 가구들을 그대로 가지고 입주하는 경우가 많았죠. 지금은 전체 인테리어를 바꾸면 사용하던 가전과 가구가 멀쩡해도 집의 분위기에 맞게 바꾸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것이 가능했던 것은 공간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면서 가전과 가구들이 인테리어와 어울리려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와 라인을 맞추고 컬러를 맞출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렸죠.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으로 들어오는 제품들은 예쁘지 않으면 선택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01. 기승전디자인
인테리어를 계획하려면 많은 선택들을 해야 합니다. 공간 콘셉트, 구조와 배치, 각종 마감재들. 그리고 요즘에는 꼭 선택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되었지요. 바로 가전입니다. 실제 인테리어 상담을 할 때에도 고객들은 인테리어와 가장 어울리는 가전을 추천 받기를 원하고 인테리어의 마감재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의 제품으로 가전을 선택합니다. 브랜드나 성능보다도 전체적으로 시공을 마쳤을 때에 조화롭고 예뻐 보이는 외관을 가진 제품이 선택되는 것이죠.
노출될 수밖에 없는 냉장고와 냉동고, 밥솥이나 정수기, 워시타워 세탁기, 붙박이장들 사이에 들어가는 스타일러, TV와 공기청정기 등 선택해야 할 많은 기기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새로 주방 인테리어를 해도 커다란 냉장고가 튀어나왔고 빨간색 밥솥을 올려놓았었죠. 가전을 빼고 인테리어를 계획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현상입니다.
작년, 빅데이터 콘텐츠 플랫폼 <KPR 인사이트 트리> 에서 소비자의 가전제품 구매 요인과 관련된 약 53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자인과 인테리어’ 유형의 연관어 증가율이 22년도에 비해 최대 104% 증가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가전은 인테리어와 콘셉트를 같이 할 수 있는 디자인 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가전테리어’, ‘키친테리어’, ‘컬러테리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가전의 디자인은 인테리어와 밀접한 관계에 놓였고 인테리어 유행과 궤를 같이 해야만 선택 받게 되었습니다.
비단 가전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욕실 인테리어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무광, 니켈, 매립, 미니멀이라는 조건을 갖추어야 선택되었죠. 식탁도 소파도 침대도 집 전체의 인테리어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으면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전체를 보는 디자인적 시야가 넓어진 것입니다.
02. 지금, 왜 디자인일까
가전이나 수전, 가구들의 디자인이 이렇게 중요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은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개인화와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맞물리면서 내 취향에 맞고 나를 만족시킬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층이 많아진 것이죠. 작은 평수여도, 1인 가구여도 적당히 고르지 않아요. 내 공간 안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나의 취향에 맞고 나를 만족시킬 물건 이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소비의 특징은 제품을 선택할 때 성능과 가격보다도 디자인을 우선시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고 편리 해도 예쁘지 않거나 공간에 어울리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습니다. 같은 성능일 경우 비싸도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합니다. 어떻게 보면 각 기기들의 기술 수준이 선택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디자인을 선택 기준으로 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상승하고 있었지만 이토록 디자인이 중요하게 된 데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던 걸까요?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① 미니멀리즘의 영향
첫 번째 배경은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유행입니다. 꽤 오랫동안 화이트 인테리어가 대세였고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대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바탕 인테리어가 화려 하다거나 특징적인 컬러나 형태가 돋보인 다는지, 컬러나 패턴, 디테일들이 겉으로 드러나 있으면 노출되어 있는 물건들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지요.
공간 전체는 밝은 화이트 계열로 채워졌고 미니멀리즘을 완성시키기 위해 숨기고 없애는 ‘히든’이 열풍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몰딩이 사라지고 도어와 벽의 경계가 흐려지고 후드와 손잡이들마저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드러내 놓을 수밖에 없는 가전제품, 가구, 수전, 펜던트 조명 등의 디자인이 더욱 부각되게 된 것이죠.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은 미니멀 디자인과 조화롭거나 미니멀한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인식도가 높아지면서 인테리어의 흐름에 맞춘 가전들이 출시되자 미니멀 인테리어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가구들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분야였지만 가전 등의 전자 기기들은 어쩔 수 없이 시중에 있는 것 중에 골라야 했으니까요. 이렇다 보니 어느 정도의 흐름은 있지만 지금처럼 공간의 콘셉트가 확실하게 적용되었던 적도 드물다 하겠습니다.
② 개인화와 미니-풀니스(mini-fullness)
두 번째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화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시대적 경험으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중요성이 옮겨지면서 각성이 일어난 것이죠. 나의 가치와 개성은 충분히 소중하고 존중 받아야 하다는 의식입니다. 가족 구성원이 많아도 개인만의 공간에는 개인의 취향과 생각이 녹아있습니다. 전에는 어쩌다 받은 것, 가성비가 좋아서 구매한 것, 예전부터 있던 것 등이 섞여 있었죠. 예쁘다는 기준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이제는 각자의 취향에 맞춘 디자인적 가치를 담은 제품을 공간에 배치합니다. 새로운 자기표현의 수단이 된 것이죠.
전에는 패션으로 자기표현을 해왔다면 이제는 그 범위가 공간으로 확장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내가 사는 곳뿐 만이 아니라 내가 다니는 곳, 즐겨 찾는 곳을 SNS에 공유 시킴으로써 나의 개성을 손쉽게 발신하고 표현하지요. 그리고 호응을 얻습니다. 취향을 드러낼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다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의 선택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개인화는 차별화와 종종 같이 등장하지만 차별을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개인의 존재감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고 보입니다. 개성의 표현을 위한 ‘맞춤’ 선택인 것이지요.
이렇게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고 존중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보편화는 미니 풀니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미니 풀니스는 작은 것으로 만족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충만함을 말합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 속에서 작지만 충만한 만족감을 가짐으로써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개인과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커지면서 그 안에서의 시간을 더욱 만족스럽게 지속시키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죠. 그래서 조금 비싸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만족감을 올려줄 제품을 선택합니다.
③ 도파민 인테리어와 맥시멀리즘의 도래
젊은 세대들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을 그들만의 표현으로써 스스로를 해석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중국의 경우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채도가 높은 컬러들과 핑크 등의 밝은 색감의 패션, 음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약간은 몽환적인 밝고 독특한 인테리어 콘셉트가 적용된 상공간의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일명 도파민 인테리어라고 불리는데요, 이러한 개념을 도입한 중국의 한 도서관은 미로와 같은 동선에 밝은 컬러를 사용하고 컬러를 위주로 책들을 배열해 놓았다고 합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매우 다른 풍경이지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낯설고 재미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분비되는데요, 다양한 시각적 자극을 통해 공간을 보다 더 새롭고 재미있고 신선한 콘셉트로 표현하면 그 공간에 있는 동안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되고 몰입도를 올리는 효과를 줍니다.
도파민 인테리어는 상공간을 넘어 주거공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화에 ‘세계관’, ‘몰입’ 등의 키워드가 더해지면서 나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맞고 기분을 좋게 해 줄 공간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나의 스토리텔링을 나만의 스타일로 공간에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콘셉트를 세우고 과감한 컬러를 사용하기도 하면서 시각적으로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각자의 세계관을 자신의 공간에 표현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공간은 어떤 스타일, 무슨 유행이라고 부르기 어렵죠. 지금은 여러 스타일들이 공존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정받는 시대입니다. 미니멀리즘과 클래식, 부르탈리즘과 레트로 등 많은 스타일들을 각자의 개성이라는 여과지를 통해 걸러내고 자유로운 표현으로 취향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이러한 방식은 기본에 충실한 미니멀리즘보다는 맥시멀리즘에 가깝게 표현되어집니다.
03. 예쁨≠디자인
한 가전 회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디자인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쁘면 다소 비싸더라도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소비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종종 ‘좋은 디자인’과 ‘예쁜 외형’을 동일시합니다. 디자인의 가치가 존중 받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예쁜 것이 모두 디자인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요? 기능을 무시하고 불편하게 만든 예쁜 제품을 소비자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사용하기 편리하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지요.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한 사용성과 배치, 소모적인 동선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디자인적인 공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은 문제를 아름답게 해결하는 설계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즉, 디자인은 반절은 공학으로, 반절은 미적 창의력으로 이루어진 설루션입니다. 단순히 예쁜 게 디자인이 아니라는 얘기죠. 제품 디자인이든 공간 디자인이든 좋은 디자인은 유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을 통한 통찰의 결과물로 많은 이들에게 혹은 특정한 이들에게 용도를 넘어선 감동을 줍니다. 디자인적인 가치는 이럴 때에 발휘됩니다.
지금의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족한 물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개인의 주체성과 능력, 개인의 공간이 존중받고 확대되는 시기입니다. 개인의 파워가 커지는 시대죠. 하지만 아직 여러 나라에서 올라오는 공간 디자인에 대한 SNS를 보면 다양성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서로 다른 나라이지만 교류가 많아지는 만큼 서로를 보고 닮아가면서 비슷한 스타일을 좋다고 느끼고 지향합니다. 오히려 빠른 교류가 어려웠던 때가 더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유행이나 대세라는 틀을 벗고 다양한 시각과 표현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다이내믹한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은 디자인이 구매에 큰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기술의 발전과 다양성이 맞물리서 제품 혹은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스템과의 연동, 지속가능한 가치창출 등 소비자들의 새로운 구매 기준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목처럼 디자인은 권력이 아닙니다. 다수를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권력이라고 한다면 다수가 사랑하는 미적 해결책을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은 가치 있는 미적 설루션인 것이죠. 디자인의 가치가 존중 받고 좋은 디자인이 사랑받는 지금, 디자이너는 더욱 책임감 있는 설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해당 컨텐츠 중 '디자인과 인테리어 유형의 연관어 증가율'에 관한 내용은 빅데이터 콘텐츠 플랫폼 <KPR 인사이트 트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상기 시공 이미지와 제품 및 디자인, 색상 등은 화면 해상도 등에 따라 실제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단종 및 디자인 변경 등으로 동일한 제품 구매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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