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집

[목차]

01. 모델하우스의 수납장에는 꼭 책이 있다.

02. 책 정리의 기술

03. 책을 즐기기 좋은 인테리어

인테리어에서 책은 빼놓을 수 없는 흔한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인테리어 잡지에서 심혈을 기울여연출된 한 장면에서, 책이 없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책은 더 나은 삶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그 안에는 지식과 경험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책은 인테리어 소품에서 나아가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제시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우리 삶에서 책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삶의 물리적 형체를 담고 있는 집 안에서 책이 더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해 줄 인테리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01. 모델하우스의 수납장에는 꼭 책이 있다.

수없이 많은 아파트가 헐리고, 새로운 아파트의 분양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모델하우스는 익숙한 문화입니다. 가볍고 매끈한 슬레이트 외벽과 LED 조명이 반짝이는 입구로 이어지는 긴 계단을 올라가면 깔끔한 상담실과 아파트의 조감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드디어 예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모델 하우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델 하우스는 앞으로 지어질 공간의 가장 아름답고 실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집을 분양받고, 주거지 건설의 원천이 되는 기초 자금을 공급하며 앞으로 그 집에 입주해서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될 미래의 거주자들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모델하우스는 그 시대의 인테리어 트렌드와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의 형상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모델하우스의 수납장에서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책’입니다. 거실의 테이블 위에도 책이, 넓게 빠진 알파룸에는 멋들어진 책장이 놓여 있습니다. 심지어 화장실 변기 옆 벽면에 간단한 매거진랙이 설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순전히 인테리어를 위해 책을 구입해 책장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집을 소개하는 인테리어 콘텐츠에서는 편집자가 꼭 집주인에게 책을 읽는 장면을 연출해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일이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왜 집의 한구석에 꼭 책을 두려 하는 것일까요?

작은 액정화면, TV, 그 밖에 다른 매체를 통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책이 주는 감성은 또 다른 세계의 것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종잇장 위의 정갈한 글씨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는 작가 한 사람이 인생의 일부에서 얻은 응축된 사고를 잘라 내어 정성스럽게 엮어낸 것들입니다. 그 감성을 집 한 켠에 두고 싶은 욕망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또는 다독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인테리어에 담으려는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손이 닿는 거리에 책이 있다면, 다만 조금이라도 독서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02. 책 정리의 기술

인테리어를 위해 서건, 아니면 희망찬 새해 다짐으로 올해에는 책을 읽어보자는 결심으로 몇 권의 책을 구입했건 간에, 자칫하면 책 위로 먼지가 뽀얗게 쌓이기 십상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정리 · 수납 방법은 없을까요? 먼저, 좋아하는 공간에 좋아하는 책, 필요한 책을 두어 보세요. 예를 들어 부엌에는 요리책, 침실에는 자기 전 읽고 싶은 위안의 책이나 가벼운 책을 말이죠. 건강한 요리를 해서 먹으려는 결심을 하지만 주방 앞에 설 때마다 냉장고 안의 재료로 어떤 조합을 만들어내야 할지 까마득할 때가 있습니다. 급하게 핸드폰을 뒤져보지만 내가 딱 원하는 영양과 맛을 가진 레시피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부엌 선반 한 켠에 이곳저곳 페이지를 접어 둔 지중해식 식단 레시피북이 있다면 아마 큰 도움이 되겠지요. 침대 맡 협탁에 그림이 많고 글자가 큰 책을 둔다면, 자기 전 전자기기 화면의 청색 계열 빛을 피해 조금 더 책으로 손을 뻗는 일이 쉬워질 것입니다.

책을 정리하는 방법은 그 사람의 독서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소설을 주로 읽는 사람이라면 연대별, 작가별로 정리를 하겠지요. 만약 그 사람이 아주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한다면, 소설과 문학을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순으로 나열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독서량이 많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좀 더 체계적인 정리 방법이 알맞을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주제에 따라 다른 색의 띠지를 붙여 정리하 듯 말이지요. 갖고 있는 책이 많지 않고, 인테리어의 톤온톤과 전체적인 디자인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책등의 색깔 별로 정리를 하거나 책등 반대편의 흰색 종이가 밖으로 노출되도록 수납하기도 합니다. 책을 찾아 꺼내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더 걸리겠지만, 어떻게 정리를 하는지는 자유입니다. 가끔 읽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간직하고 싶은 미술관의 도록이나, 순전히 표지가 아름다운 책을 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책은 전면형 매거진 책장에 전시하듯 놓아둔다면 집이 한 층 더 다채로워지겠네요.

03. 책을 즐기기 좋은 인테리어

책을 즐기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인간은 본성에 따라 조금 더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집중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손안의 작은 핸드폰은 아주 약간의 팔근력과 몇 번의 클릭만으로 우리를 몰입하게 만들지만, 어째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두 손으로 책을 들고 있어야 하고, 독서하는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목과 어깨, 척추가 피곤해지는 것을 더 쉽게 느낍니다. 책을 시야 안으로 유지하고 있자니 팔을 받쳐줄 쿠션도 하나는 필요한 것 같고요.

실제로도 책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더 적합한 환경을 꾸며주면 좀 더 활자에 몰입하기가 용이해집니다. 오래 앉아 있어도 등과 허리가 편안한 라운지 체어는 책을 읽기 위한 최적의 공간입니다. 목뼈까지 올라오는 헤드레스트 역시 필수이겠지요. 간혹 메모나 감상을 기록하기 위한 간단한 필기구를 옆에 놓아두는 것도 좋습니다.

요즈음엔 TV가 없는 거실이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 같습니다. 대신 거실에 식탁 겸 작업대로 쓸 수 있는 거대한 테이블을 하나 두고 오래 앉아 있기에 좋은 의자 여섯 개를 배치하기도 합니다. 거대한 화면을 보면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보다 다른 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인테리어 계획이지만, TV가 없는 거실을 만들어 두면 아무래도 책을 읽기에 좀 더 좋은 환경이 됩니다.

책이 있는 집은 풍요롭습니다. 집들이를 갔을 때 거실 한 쪽으로 책이 가득한 집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탐구하고, 더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갔고 활력 있는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런 집을 꾸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작은 소란이나 컬러풀하게 움직이는 화면 속 영상 콘텐츠에 좀 더 마음을 빼앗기기 더 쉽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올해는 거실 테이블에 둔 얇은 책 한 권과 독서하기에 좋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한 권의 책을 끝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늑한 집 안에서 펼쳐지는 여러가지 일들 중 가장 보람차고 풍요로운 경험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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