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빈티지 가구가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는?
[목차]
01. 빈티지, 그리고 전후시대의 디자인
02.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03. 바이럴의 힘
우리나라는 유난히 ‘새것’에 대한 선호가 큽니다. 구축 아파트는 20년이 지나는 순간부터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이야기가 나옵니다.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라는 오래된 동요를 절대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새것을 향해 빠르게 바뀝니다. 한때엔 아트월과 우물 천정이 인기였다가, 그다음 순간에는 무문선, 무몰딩과 4bay의 신축 아파트가 인기를 끌죠. 굉장히 당연한 풍경입니다. 급격한 산업화, 빠른 도시화와 개발, 신도시 계획으로 일축되는 역사와 주거환경 속에서 오래된 것이 들어설 틈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0년대 중반부터 빈티지 가구, 그러니까 중고 가구를 비롯한 하이엔드 가구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01. 빈티지, 그리고 전후 시대의 디자인
최근 몇 년 전부터 빈티지 가구가 굉장한 열풍을 끌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디자인된 빈티지 가구, 즉 중고 가구와 당시의 디자인 사조인 미드센츄리모던을 따르는 하이엔드 디자인 가구가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트렌드는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요. 2020년 중반부터 빈티지 가구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딜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그 바람에 예전에는 빈티지 가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으로 딜러들 몇을 팔로우 해 두고 조금만 기다린다면 원하는 디자이너의 가구를 ‘겟’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적어 어떤 가구는 1년 만에 가격이 두 배로 치솟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중고라는 빈티지의 특성상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미드센추리모던(Mid-century Modern)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전현대까지 미국의 건축, 제품 디자인에서 유행한 스타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시기 유럽 지역의 디자인까지 통칭해서 부르고 있어요. 과연 역사책에 오를 디자인 사조답게 당시에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이 많이 활동했고,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디자인의 가구, 제품들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새것’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풍조가 신선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비싸고 귀한’ 것에 대한 선호 현상일까요?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는 오래된 가구에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02.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첫 번째 배경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입니다. 2019년 말, 사실상 2020년부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라는 질병은 세계인 모두를 집 안에 가두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도화되었지요.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저녁 아홉 시부터는 몇인 이상은 모일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모두들 집 안에서 취미를 찾기 시작합니다. 어떤 이들은 다이어리를 꾸미고, 누군가는 화초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집 꾸미기는 집순이, 집돌이가 아닌 이들에게도 유행하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인테리어 관련 업계의 인터뷰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 5,000억 원 규모였으나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41조 5,000억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어서 델타,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가 장기화하자 2021년 시장 규모는 총 60조 원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실로 엄청난 증가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테리어, 하이엔드 가구 시장 성장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정부의 확장 정책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침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말 그대로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가장 효과가 빠르고도 확실한 해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빈티지 가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고가의 하이엔드 가구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싼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 현금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정부가 늘린 통화량에서 나왔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한데, 아무래도 생필품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명품, 고가의 미술품과 같은 사치재들이 단기간 안에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르고 활황을 맞습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불어난 현금으로 인해 더욱 하이엔드의 가구와 희소성이 있는 가구를 찾게 된 것이지요.
03. 바이럴의 힘
마지막은 바이럴의 힘입니다. SNS를 통해 보이는 연예인의 삶, 인플루언서의 삶은 가구를 떠나 온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코로나 시기, 영상 매체를 통해 송출되는 연예인의 집 안의 빈티지 가구들, 그리고 SNS 상에 인테리어 감각이 아주 뛰어난 인플루언서가 거실 한 켠에 둔 티크 소재의 사이드보드는 뭇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굳이 인플루언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집 꾸미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이런 바람을 타고 빈티지 가구의 유행은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대 우리나라에서 빈티지 가구와 하이엔드 가구가 유행한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가 도입되었다는 사실에서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다만 너무 유명한 디자인의 가구만을 향해 관심이 집중되는 일 없이, ‘빈티지 가구’라는 그 본연의 의미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새것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손때 묻은 원목을 대를 물려 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이엔드 가구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마다 존재하는 고유의 디자인과 사연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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