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Redefining work
[목차]
01. 반격의 서막
02. 새로운 시대
03. Redefining work
제3의 물결이 일고 각각의 책상 위에 타자기 대신 컴퓨터가 놓이게 된 시기 젊은 혁신가들의 차고에서 아마존, 구글이 탄생합니다. 이들의 과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테크로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효율성만이 목표가 아닌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 형태가 필요하게 되었죠. 이전의 산업화 시대는 노동 시간에 생산량이 비례했지만 창의성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과 꼭 비례하지는 않죠. 따라서 테크 회사들은 변화를 시도합니다. 사무공간이 놀이공간처럼 변하고 고정관념을 탈피한 신선한 오피스 공간들이 마구 생겨났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사무실의 형태가 생겨나게 되었죠.
01. 반격의 서막
처음에는 이들 테크 기업 사무실도 큐비클(파티션)로 이루어진 공간이었습니다. 임원들도 평등하게 큐비클 안의 워크스테이션 안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큐비클은 평등한 공간을 설명하기도 하죠. 그러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그들만의 기업문화가 반영된 공간을 원하게 됩니다. 네트워크화된 사무실에는 우연성과 유연성을 담은 설계와 배치가 더해졌고 흡사 유치원을 떠올리게 하는 컬러풀한 색감의 도입에서부터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작품들의 배치, 오락 시설과 체육 시설의 도입, 수직적 공간의 파괴와 자연을 과감하게 들여오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도시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편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하나의 도시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게도 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오피스는 각광을 받으며 새로운 오피스 표준으로 등극합니다.
회사 안에 이러한 다양한 편의 시설을 적용한 획기전인 건물은 이미 100여 년 전에 존재했습니다. Buffaloah의 The Larkin Building, Buffalo, NY: History of the Demolition에 따르면1904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라킨 빌딩입니다. 뉴욕 주 버펄로에 위치한 이 건물 안에는 식당, 도서관, 휴게실, 옥상 정원, 매점, 병원, 체육관, 사우나 등 편의 시설을 겸비하고 있었죠. 이 시기는 에어컨이 막 계발이 되었지만 인쇄소나 방적공장에서 습기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극소수만 사용했기 때문에 사무 건물에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버펄로의 습한 여름 날씨에도 쾌적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였는데요. 건축가는 환기가 잘 되도록 계단실을 건물 외부로 빼내어 스스로 건물이 온도 조절을 하게 하고 풍부한 채광을 들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천장에서 충분한 빛이 쏟아지는 중앙홀은 일반적이지 않게 사무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중앙홀을 가운데 두고 발코니로 층층이 둘러싸인 모습은 어느 오피스 건물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죠. 당시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로 획기적인 오피스였습니다.
테크 기업들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칸막이를 없앤 오픈 플랜 공간을 선호합니다. 뷔로란트샤프트 개념과 프롭스트가 중요하게 여긴 ‘우연한 만남’에 기여하고 언제든 서로의 생각을 펼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오픈 플랜은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고 소음에 의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을 안고 있는데요. 뷔로란트샤프트 방식이 생겨난 때부터 줄곧 지적되어 왔던 부분이죠. 영화 <인턴(2015)>에는 오래된 전화번호부 출판 회사 건물을 매입해 온라인 쇼핑몰 오피스로 사용하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크게 뚫린 공간에는 직원들의 책상이 파티션 없이 배치되어 있고 CEO의 공간은 필요에 따라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블라인드가 달린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CEO는 나이 많은 인턴에게 문을 열어놓아 달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오픈 플랜의 선구적 모델 역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주택을 주로 설계했지만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오피스 건물들을 많이 남겼는데요. 그중 오픈 플랜이 적용된 멋진 오피스 건물은 존슨 왁스 빌딩(1939)입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존슨 왁스 빌딩은 영화 속 세트처럼 보이는 건물의 내부는 원형과 곡선을 체계적이고 다양한 리듬으로 표현합니다. 중앙 센터에는 원형의 엘리베이터가 코어 역할을 하고 있고 연구실의 가구들도 곡선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건물의 외관의 모든 코너가 라운딩 처리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공조 기구까지도 원형으로 디자인되어 있죠. 그레이트 워크룸이라 불리는 넓은 홀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빛이 쏟아져 내리는 천창과 구조체인 가느다란 흰색의 버섯 모양 기둥들, 사막의 색감으로 가구들의 컬러와 통일된 바닥이 어우러져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정보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물리적 공간만을 일컫는 오피스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어디서든 오피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보안과 관리를 위한 첨단 시스템이 건물의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더불어 쾌적한 공간이어야 하고 경제적이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겸비한 건물을 ‘인텔리전스 빌딩’ 혹은 ‘스마트 빌딩’이라고 하는데요. 스마트폰에서부터 사무가 가능한 모바일 디바이스가 일반화되면서 건물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었던 사무 업무의 형태와 공간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노마드족이 생겨나고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게 된 것이죠.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어렵지 않게 창업을 할 수 있는 많은 디바이스들과 시스템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속속 생겨났고 소유하지 않는 공유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공유 오피스가 태어났죠. 이렇게 정신없이 사회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쏟아내던 중 팬데믹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오피스는 100년의 가출을 마치고 다시 집 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02. 새로운 시대
팬데믹으로 우리는 산업시대와 함께 태어난 오픈 플랜 또는 큐비클 사무실에서 탈출해 19세기로 돌아가야 했죠.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재택근무의 형태는 팬데믹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Nokia bell labs에 따르면 전화기를 만든 벨사(AT&T)는 이미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영상 전화기를 발표했습니다. 60년대에도 재택근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80년대 말 미국의 IT기업은 직원들이 큐비클 안에서 집중할 수 없어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으니까요. 1973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미래연구센터의 로켓과학자 잭 닐스(Jack Nilles)는 통근에 허비되는 비용과 시간의 비효율성을 제기하고 LA의 한 보험 회사에서 재택근무의 효용성을 알아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우리가 요즘 말하는 홈 오피스(Home Office)를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며 전화기나 팩스를 이용해 근무하는 형태인 텔레커뮤팅(telecommuting, 원격 통근)을 적용시켰습니다. 이후에도 재택근무에 대한 실험과 효용성을 입증하는 사례는 속속 등장했지만 제대로 적용되기 시작된 것은 팬데믹 이후였습니다. 하지만 2년 넘게 시행된 재택근무가 모두에게 능률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욱 많은 피로감과 단절된 감정을 느끼고 일에 집중할 수 없거나 자율적인 근무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도 많았죠.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출근에 대한 재고가 일어났고 오피스는 집과 사무실을 우왕좌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과 오피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등장합니다. 팬데믹으로 우리는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고 탄력적인 시공간에서 자유로운 업무를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며 디지털 공간과 아날로그 공간에서 다양한 이들과 협업하고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재택근무를 포함한 비영역 오피스가 운영되고 있는 지금은 물리적인 오피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또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도 되고 있습니다. 비영역 사무실, 사무실이 없는 사무실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80년대 앨빈 토플러가 이미 예견했었죠. 온갖 이유가 있어왔지만 물리적 사무실에 대한 요구는 늘 있어왔고 오픈 플랜에 대한 확신은 점점 커져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픈 플랜 안에 테일러리즘이 들어왔다가 랜드스케이프가 들어왔다가 캐주얼 오피스가 들어오는 정도의 변화만 있었을 뿐 단점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오픈 플랜의 단점도 장점도 변화된 것이 없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데도 이러한 공간이 여전히 각광받는 것은 바로 ‘우연한 만남’을 일으키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우연한 만남’의 효과를 가장 크게 입증한 것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건물인 ‘빌딩 20’입니다. 이 건물은 2차 세계대전 중 반년 안에 철거한다는 전제로 대충 지어졌는데요. 비효율적인 동선과 허술한 시스템으로 불편함이 속출하는 건물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구실 번호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다른 연구실로 들어간다든지 긴 복도와 계단을 오가며 자기 방을 찾으러 다니다가 다른 이들과 만나 자신들의 연구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잡담을 하게 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시키는 시너지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체계 없는 건물은 결국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남산 자락에 위치했던 서울예술전문대학의 학교 건물은 본관도 작았지만 대부분 마을의 골목처럼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건물 몇 채를 학교 건물로 사용했습니다. 학생들은 좁은 골목과 계단, 휴게실, 강의실을 공유하며 가까이에서 다른 학과 학생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지 알 수 있었죠. 자유로운 분위기 속 우연한 만남이 자주 일어날 수 있었던 이곳에서는 방송 산업에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우연한 만남’이 시너지를 일으킨 사례들인데요. 그 이유는 ‘비효율적인 공간’에 있습니다.
‘우연한 만남’에 대한 기대를 보였던 공유 오피스는 실내 인테리어가 잘 갖춰진 사무환경을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소규모 회사에 인기 있는 사무 공간으로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공유 오피스가 내세웠던 다양한 직업군들 사이의 교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입점한 회사들은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죠. 공공으로 사용하는 부대시설도 많습니다. 프리랜서들 간에 협업은 가능할지 모르나 같은 건물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빌딩 20’에서와 같은 아이디어의 교류를 통한 시너지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같은 건물을 사용한다는 것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죠. 공유오피스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기업 문화의 구조를 빌어와 건물에 배치시키고 멋지게 인테리어를 한 후 입점하는 모두에게 좋은 환경을 저렴하게 임대합니다. 따라서 특정 회사가 필요로 하는 특성에 맞추기는 어렵죠. 공유오피스는 공간 제공자에 의해 어떤 회사가 들어오더라도 좋은 사무 환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설계된 공간에 사용자가 들어와 맞추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만남의 시너지는 의도적 설계가 배제된 비효율적인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오피스는 앞으로도 새로운 오피스 형태의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오피스 ‘디자인’이라는 말을 경계해야 할지 모릅니다. 현재까지의 오피스 공간이 가장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은 사용자의 경험이었습니다. 항상 사용자의 EX(Employee experience)에 기반한 공간을 표명하지만 소수의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 된 물리적 공간은 급변하는 지금의 사무 환경에서는 빠르게 뒤처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디자인이란 주도자에 의한 계획 설계이고 이것은 사용자의 자유가 제약을 받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오피스 사용자들은 이제 더 이상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율’롭게 일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경영자와 디자이너가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방법을 구현해 놓은 공간에 들어와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담길 원합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일하면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03. Redefining work
지금은 자기 조직화, 자기 적응형 시스템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자율’이 중요한 키워드죠. 그리고 ‘자율’이라고 부르는 말 뒤에는 ‘성과와 책임’이 서 있습니다. 즉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어도 1인 기업가적 형태로 근무해야 합니다. 모두가 프리랜서이고 주체적인 제공자인 것이죠. 기술의 발전은 내가 있는 곳이 사무실이 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디서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지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조차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은 20%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재택근무와 비영역 사무실에서의 능률적인 업무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이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일 수도 있고 카페 같은 곳에서는 집중을 못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재택근무가 효율적일 수 있으려면 자기 통제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19세기 재택근무는 옷을 차려입고 침실에서 나와 복도를 지나 방 하나가 완전히 업무용으로 만들어진 전용 공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만큼 뛰어난 자기 제어력을 필요로 하는 순간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많이들 집을 놔두고 도서관이나 카페, 공유오피스로 들어가지요. 특히 직장인보다도 프리랜서들이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죠. 프리랜서는 수렵채집인과도 같습니다. 수렵채집인은 공포스러운 자유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공유오피스, 거점오피스, 재택근무, 워케이션, 하이브리드 근무 등 여러 형태의 오피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언젠가 사람이 일을 하는 사무실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기까지는 사무실이 해야 하는 역할이 더욱 많아질 것 같습니다. 기존의 다양한 편의시설과 더불어 청년만이 인재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러닝 시스템과 직원들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위한 공간, 만남을 통한 교류의 공간, 창의적이고 ‘자율’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다만 미래의 사무 환경은 넛지를 해서는 안 됩니다. 자율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머리를 식히고 다음 업무로 넘어갈 수 있는 ‘사이 공간’과 최대한 설계자의 의도가 배제된 최소한의 도구(목적과 편의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공간을 편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오피스 환경에 대해 새로운 고찰이 필요하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근무 환경의 형태로 설왕설래하고 있던 중 2022년 챗GPT가 등장합니다. 이후 폭풍 성장하고 있는 현상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의 일들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고 우리는 ‘언워킹’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잠시 하이브리드 워크를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언워크 시대가 도래하면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작업 환경이 대두될 것입니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올해 3월 EU는 인공지능 규제 법안을 승인시켰다고 합니다. 이것은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AI의 발전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계급, ‘일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잉여인간’의 탄생을 볼 것이라고 예측했죠.
팔만 있던 반도체 공장의 로봇에서 대화 내용에 따라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며 직립보행을 하는 AI의 스스로 학습은 우리를 공포스럽게 합니다. 스웨덴의 철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닉 보스트롬은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서 AI의 순환적 자가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은 지능 대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더 나은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학습해 짧은 시간 안에 평이한 인지능력에서 초지능에 이르는 것을 말하는데요. 그동안 인간이 해 온 모든 일을 훨씬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뛰어넘어 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적어도 인간의 마음만큼 빠르고 질적으로 훨씬 더 똑똑한 시스템’이 모여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기계에 대한 공포는 산업혁명 당시에도 똑같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계화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해죠. 물론 산업시대의 기계, 공장과 AI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대장장이와 마차가 사라졌지만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오피스 건축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도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변화의 파도를 맞으며 전환기를 지냈고 그 변화의 물결 속에 허우적거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 위에 있습니다. 이 물결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사무실은 주거공간보다도 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사무환경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오피스는 물리적으로 시공간에 묶여있어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 빠르게 변화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공간의 변화는 주거공간을 변화시킬 것이고 이는 도시의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시대가 변화해왔고 이에 가장 민감한 오피스가 가장 먼저 변화를 맞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AI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변화는 우리가 그동안 알아왔던 ‘일’을 ‘재정의(Redefining)’할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이를 적극 활용한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할 때인 것이죠. 엄청난 정확도와 방대한 정보를 가진 AI는 더욱 많은 1인 기업을 탄생시킬 수도 있고 훨씬 많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철학과 문화의 발전은 육체적 노동에서 제외된 귀족층을 통해 이루어졌죠. 그들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색하고 탐험을 하고 천문학을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고대나 르네상스 시대 위인들의 직업이 철학자이자 화가이고 문필가였으며 천문학자고 음악가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가 다시, 우리에게 왔습니다
지금 AI의 발전 속도는 빠르다는 표현이 느리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우리가 재택근무, 거점 근무 등 근무의 형태로 고민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조용히 로봇이 실력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AI 규제 법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죠. 이제 월요병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인류에게 있어 ‘일’이 사라지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로봇이 가족을 대체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보다 직장동료가 먼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따라서 사무실에 대한 관점도 재정의되어야 하겠죠. 고정관념 속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설 때입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룰 안에서의 직업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각자 떠나야 합니다. 오피스는 원래 집에 있었죠. 다시 집으로 들어가도 되고 또 다른 곳으로 나가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있는 그곳이, ‘오피스’이니까요. ‘재정의 된 일’을 만들어갈 오피스의 모험 가득한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해당 콘텐츠 중 라킨 빌딩에 관한 내용은 Buffaloah<The Larkin Building, Buffalo, NY: History of the Demolitio>을 참고하였습니다.
※해당 콘텐츠 중 존슨&왁스 빌딩에 관한 내용은 위키피디아<Johnson Wax Headquarters>을 참고하였습니다.
※해당 콘텐츠 중 영상전화기에 관한 내용은 <Nokia bell labs>을 참고하였습니다.
※해당 콘텐츠 중 재택근무와 잭 닐스에 관한 내용은 니킬 서발<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을 참고하였습니다.
※해당 콘텐츠 중 빌딩 20에 관한 내용은 위키피디아<Building 20>을 참고하였습니다.
※해당 콘텐츠 중 인공지능 규제 법안은 조선비즈 <EU, 세계 최초 AI규제 법안 마련>을 참고하였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엘엑스하우시스에 귀속되며, 무단으로 이용할 경우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의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주)엘엑스하우시스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 해당 콘텐츠 내 이미지는 클립아트 코리아에 유료로 제공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