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으로 진화하는 레트로 인테리어
[목차]
01. 일본 레트로: 지브리와 시티 팝 열풍
02. 중국 레트로: 홍콩 영화의 낭만
03. 한국 레트로: 응답하라 시리즈와 Y2K 감성
20세기 전후로 시작된 디자인 트렌드는 주로 서구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시아에서는 서양의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자국의 과거를 동경하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레트로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시티 팝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중국에서는 홍콩 영화의 낭만적인 스타일이, 한국에서는 구옥의 아날로그 감성과 Y2K 붐을 반영한 레트로 인테리어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복고풍을 넘어,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서구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아시아 각국의 독자적인 레트로 스타일로 진화해나가는 인테리어를 살펴보겠습니다.
01.일본 레트로: 지브리와 시티 팝 열풍
지금까지 일본의 전통적인 미학을 말할 때, 조화와 균형의 미를 나타내는 ‘화(和)’나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미학을 나타내는 ‘젠(禅)’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들은 이런 전통의 미가 오히려 올드하다고 느끼며, 가까운 과거로부터 영감을 얻으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8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지브리’에서 영향을 받은 미감이나, 일본의 거품경제 시절 유행했던 시티 팝 감성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죠.
① 아늑한 지브리만의 감성 인테리어
좁고 아담한 공간일지라도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이 지브리만의 감성인데요. 여기에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빛을 활용하는 것인데요. 지브리에서는 절대 하얀 빛의 강한 조명을 쓰지 않습니다. 작은 펜던트 조명을 천장에 걸어두거나 테이블 램프, 월램프 등을 곳곳에 두는 식으로 해서 따뜻함을 표현하는 것이죠. 낮에는 자연채광을 통해 빛을 조절합니다. 창으로 들어온 강한 빛이 실내를 환하게 하기도 하고, 어두운 공간과 창밖의 빛을 대조를 시켜 고독한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인데요. 무늬만 흉내 낸 페이크 소재가 아닌 목재, 금속, 석재 등 천연 소재를 활용하는 것인데요. 특히 목재를 용도나 공간을 구별해서 쓰면 더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브리가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자연 소재를 실감 나게 표현했기 때문인 것이죠. 마지막으로 식물을 더하는 것입니다. 지브리 영화 속에서는 환상적인 공간에도 생활감이 있는 공간에도 식물이 곳곳에 나와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공간 곳곳에 작은 정원이나 녹지를 배치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요. 생활 속 어디에나 화분이나 꽃병을 놓아두어 지브리만의 낭만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벽지나 커튼에 과감하게 꽃무늬를 사용해 사랑스럽게 연출하기도 합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채광, 작게 켜진 램프로 완성된 따뜻한 공기, 여기에 꽃무늬 벽지와 생화를 꽂은 꽃병을 식탁 위에 올려 둔다면, 지브리 다운 레트로 공간으로 완벽히 재현해낼 수 있습니다.
② 세련된 도시 감각의 시티 팝 인테리어
1980년대의 일본은 버블 시대라 불리며 거품 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시기입니다. 당시 세련된 도시적 감각을 지닌 ‘시티 팝’이라는 음악 장르가 유행하였는데요. 이것이 최근에 와서 다시금 세계적인 히트를 누리고 있습니다. 80년대 후반 당시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살던 나라였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겪어보지 못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향유되고 있다는 거죠. 시티 팝 레트로 인테리어의 특징은 역시 시티 팝이라는 아름답게 도시적 감각이 필수 요소인데요. 벽면에 네온사인을 설치하거나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큰 창문을 두는 것입니다. 도시 경관을 감상할 수 없는 공간이라면 포스터나 그림을 벽에 걸어두어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는 것인데요. 네온 컬러는 물론 블루, 옐로우 등의 채도가 높은 색상을 대담하게 사용하는 것이죠. 컬러풀한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나 쿠션을 배치해 세련된 느낌을 더합니다. 낮은 높이의 소파, 원형 테이블, 금속 프레임의 의자 등 디자이너 가구를 활용해 당시의 경제적 호황을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은 음악적 요소입니다. 시티 팝이라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디테일들이 인테리어에 활용되는데요. 레코드플레이어나 레트로한 스피커, LP 레코드 컬렉션 등을 디스플레이 하는 겁니다. 도시적 세련된 감각의 레트로 인테리어를 원하신다면 시티 팝 레트로를 참고해 보세요!
02. 중국 레트로: 홍콩 영화의 낭만
중국 역시 전통적인 중국 스타일이 아닌 몽환적인 분위기의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이나 <화양연화>에 나올법한 감각적인 공간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낭만적인 홍콩 영화 스타일의 인테리어에도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독특한 색채감이 돋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빨강, 초록, 노랑 등 원색이 어우러져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죠. 패턴이 있는 벽지나 커튼을 강렬한 색상으로 선택하고, 소파와 쿠션은 대조적인 색상으로 배치하여 활기를 더해봅니다. 이런 색감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 수도 있지만 때로는 로맨틱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조명인데요. 주로 노란빛과 붉은빛의 조명을 사용해 은은하게 비춥니다. 강렬한 색감의 벽지가 있더라도 부드러운 빛의 조명을 사용한다면, 몽환적인 공기로 바뀔 수 있거든요. 영국과 중국이 묘하게 섞인 90년대 홍콩만의 도시 공간 분위기를 나타내기에는 네온사인 역시 좋은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요. 마지막은 빛의 반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창문에 반투명 커튼을 사용해 자연광을 부드럽게 확산시켜 뿌연 안개처럼 연출하거나, 거울과 유리를 통해 빛을 반사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홍콩은 습하고 더운 날씨가 특징적인데, 이런 빛의 반사를 활용한다면 홍콩의 날씨를 공간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답니다.
90년대 홍콩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만큼 시각적 매력이 있는데요. 그래서 포인트 인테리어나 상업 인테리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홍콩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빈티지 소품까지 인테리어에 녹인다면, 어딘가 비밀스러운 홍콩 레트로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03. 한국 레트로: 구옥주택과 Y2K 감성
구옥을 개조한 주택 인테리어는 몇 년째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패션부터 음악까지 Y2K 감성이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며 인테리어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스타일은 과거의 감성과 추억을 반영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 되고 있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이 있는데요. 각각의 스타일로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가는지 소개해 드릴게요.
① 구옥 주택의 아날로그 감성
2010년대 후반부터 구옥을 개조한 상업 공간이 크게 인기를 끌며,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구옥은 힙하다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TVN에서 방영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히트하며, 과거의 정서가 담긴 구옥 주택이 재조명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도 구옥 주택은 감정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죠.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국민 대부분이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일부러 구옥을 찾을 정도로 부끄럽지 않은 거주 후보지 중 하나가 된 것이죠.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낭만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잘 표현한다면 모두의 찬사를 받을 수도 있는 게 요즘 트렌드이니까요. 구옥 인테리어로는 바닥은 물론 벽면부터 천장까지 모두 목재를 사용한 당시의 자재들을 그대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아니면 아예 벽지를 벗겨내어 노출 콘크리트처럼 활용하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고요. 거실이나 안방의 호방한 크기 역시 요즘 주거지와 구조가 달라 재밌게 어레인지 해볼 수 있고요. 자기만의 취향으로 어떻게 홈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다채로운 얼굴로 바뀔 수 있는 게 구옥의 매력입니다. 때로는 앤티크하게, 때로는 빈티지하게 구옥만이 살릴 수 있는 레트로 인테리어로 정겹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② 다시 돌아온 Y2K 인테리어
Y2K 스타일은 2000년대 초반의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스타일은 팝 컬처와 디지털 문화의 영향을 받아 생동감 있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세기가 바뀌는 대전환점이기도 했기에, 모두가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금 유행하고 있는 Y2K 레트로 인테리어는 조금 더 밝은 이미지입니다. 형광, 메탈릭, 글리터 등의 화려한 색상과 소재가 주로 사용됩니다. 당시의 문화적 요소를 더하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초기의 컴퓨터, 게임 콘솔, CD 플레이어 등 디지털 기기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하고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화려한 그래픽 디자인, 뮤지션 등의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밝은 색상의 침구와 팝 아트 포스터로 벽을 장식하고, 침대 옆에는 디지털시계와 CD 플레이어를 두어 경쾌한 감성을 더해보세요. 200년대 초반 Y2K 레트로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의 레트로 인테리어가 재밌는 점은 그 시절을 겪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로부터 재현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더 이상 선진국을 좇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선진국의 국민이기에 지닐 수 있는 문화적 자신감으로부터 오는 것인데요. 고유의 과거 문화와 현대적 감각이 결합하여 독특한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특히 시각적으로 주목을 끌어야 하는 숏폼 콘텐츠와 같은 현대 미디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향수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도 신선한 미적 영감을 제공하면서요. 그것이 획일화된 트렌드를 벗어나, 각국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더해주니까요. 레트로 인테리어의 진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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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콘텐츠 내 이미지는 클립아트 코리아에서 유료로 제공받아 제작했습니다.